2012년 6월호 월간문학(통권 520호)에는 본회 사무국장인 남승원 작가님의 동화 작품인 '밥'이 실려 있다. 본회 회원의 글이어서 무척 반가운 마음으로 대했다. 장르에 무관하게 본회의 회원이라면 누구의 작품이든 관심이 쏠리게 되어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밥'은 사람의 밥이 아닌 다람쥐와 청설모의 양식인 밤(nut)을 의미하고 있다. 다람쥐과(Sciuridae)에는 세계적으로 260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청설모와 다람쥐는 '과'는 같고 '종'만 다른 동물들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다람쥐는 줄무늬다람쥐(chipmunk)에 해당하며, 땅바닥에서 주로 생활하고 겨울철에는 겨울잠도 자는 설치류다. 청설모(vulgalis)는 유라시아에 걸쳐 넓게 분포하는 동물이지만, 학술적으로는 한국의 종이 학술상의 표준 종으로 등재된 동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청설모를 한국산 다람쥐라고도 부르는 경우도 있다. 집은 나뭇가지에 짓고 나무에서 주로 활동하지만 지면에서도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주인공 동아가 토요일 아침에 할머니와 함께 뒷산 약수터까지 오르게 된다. 가을이 되어 밤송이가 떨어져 밤송이를 발로 까서 알밤을 줍게 된다. 단순히 밤송이가 떨어질 때가 되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청설모가 발로 건드려서 떨어진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밤송이를 까서 알밤을 주머니에 채운 동아다. 그랬는데 청설모 뒤에 나타난 다람쥐인 다랑이와 동아의 시선이 마주치게 된다. 그러면서 동아와 다람쥐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사람이 아무렇게 주워 가는 알밤이 청설모나 다람쥐에게는 소중한 양식이 된다는 사실을 다랑이한테 들어서 동아가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고는 주웠던 알밤을 동아가 다람쥐한테 건네준다. 다람쥐와의 대화가 끝날 무렵에 할머니가 동아를 찾는다.
할머니한테 달려가 다람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던 정황을 들려준다. 그랬는데도 할머니는 동아의 말을 믿지 않고 잠이 덜 깨어 헛 소리를 하는 줄로 받아들인다. 동아는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 할머니가 야속했지만, 다람쥐와 대화를 나눴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다.
이 작품에서는 두어 가지의 특이한 점이 관찰된다.
첫째로는 할머니에 이끌려 뒷산에 올랐는데도, 할머니와 경주 할머니와의 대화에서 동아가 자발적으로 산을 오르자고 했다며 실제 정황과는 다르게 할머니가 말했다고 동아가 알아차린다. 하지만 할머니의 체면을 존중하는 아량을 손자로서 보여주는 대목이 눈에 띈다. 할머니에 대한 손자의 강한 존경심이 반영된 부분이다.
둘째로는 다람쥐와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다. 창작물이란 본질적으로 허구성을 지니게 되지만, 허구성에는 강한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어린이와 동물의 마음은 청정하기 이를 데 없기에, 의사소통도 가능하다고 여기는 작가의 관점이 작용했다.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온갖 허식에 얽혀, 마음을 제대로 열지 못한다는 정황이 묵시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셋째로는 어린이에 대한 배려의 시각이 크게 작용했다. 다람쥐와 청설모들의 관계가 좋지 않으리라는 일반인들의 편견을 성실한 자료 탐색을 거쳐 소신 있게 바로잡아서 전달한 점이다. 특히 청설모와 다람쥐의 생태에 대하여는 정확한 지식을 확보하여 글을 섰다는 점이 돋보인다. 어린이들에게 전달되는 교육의 효과는 무섭기에 작가는 자료에 최대한 성실성을 보여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남승원 작가는 작가 정신이 투철한 작가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본회의 문인으로서 함께 발전할 방향을 말하고 싶다. 이 작품은 현재의 수준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보다 작품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길을 평론가로서 제시해 보고자 한다. 모든 문학 작품은 인간의 마음을 순화시킨다는 궁극적인 목표를 지니고 있다. 이 관점에 의한다면 다음의 설정은 어떨지 제안하고 싶어진다.
동아가 알밤을 다람쥐에게 직접 건네주어서 다람쥐가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이며, 다람쥐도 앞발로 마주 동아의 손을 마주 잡으며 진한 정감을 전하여 여운을 남기는 방식을 취한다면 어떨지 고려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하여간 올해 상반기에 획이 굵고 작가 정신이 투철한 작품을 선보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더욱 갈고 닦아 한국 아동 문학계의 거성(巨星)이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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