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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장아장
봄나들이 나온
우리 아기.
"김치---."
사진기 앞에서
활짝 웃는다.
아,
너희들도
봄나들이 나왔구나!
아기 등뒤의
노란
개나리.
활짝활짝
고운 웃음
웃고 있구나!
< 손광세 대표 동시 1 >
고개를 내밀고
봄볕을 쬐는
민들레.
찰칵 !
사진을 찍었다.
잇몸을 드러내고
활짝
웃어 주었다.
"사진
언제 줘요?"
노란 목소리가
나를
불러 세웠다.
< 손광세 대표 동시 2 >
치렁치렁
낚싯줄을 드리운
냇가의
수양버들.
파닥파닥
물살 거슬러 오르는
은어 떼를
낚는다.
< 손광세 대표 동시 3 >
창호지 밖 세상은
넘실거리는
푸른 뽕밭.
싸르락 싸르락
수천 마리의 누에들이
뽕잎을 갉아 먹는다.
문 열고 내다보면
뽕잎도 누에도
보이지 않고,
어느새 고치를 지었는지
하늘에서 고운
명주실이 내려온다.
< 손광세 대표 동시 4 >
소꿉친구와의
오래 된 약속 같은
무언가를
잊어버린 듯
잊어버린 듯…….
잊어버린 것 같은
무언가가
어쩌면
생각날 듯
생각이 날 듯…….
< 손광세 대표 동시 5 >
나무들이
뚝딱뚝딱 망치질을 한다.
초록빛 바람 쉬어가라고
두 다리 토당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재재갈재재갈
맘껏 떠들다 가라고
의자를 만든다.
순한 빗방울도 앉았다 가고
목빛 고운 새들도
머물다 가라고
나무들이
작은 의자를 만든다.
참 많이도 만든다.
< 손광세 대표 동시 6 >
땅 속에다
심지를 내리고
향기로운
빛깔을
빨아 올리고 있었구나!
하루 이틀도 아닌
오랜
두레박질 끝에
비로소
켜 놓은 등불.
거미줄 친
마음의 헛간
구석구석을 밝히는
대낮
화단에 켜 놓은
환한 등불.
< 손광세 대표 동시 7 >
아기가
해묵은 가족사진을
들여다본다.
목련꽃
하얀 웃음 머금은
엄마와 아빠,
언니 곁
어디쯤엔가 있음직한
제 얼굴을 찾는다.
"언니,언니
아기는 어디 있어?"
아기야,
그때 넌
손으로 만지면
노란 가루가 묻어나는
한 마리
나비였는지 몰라.
민들레 꽃술에
볼을 비비다가
장다리 꽃밭에서 날개를 접었다가
아른아른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보리밭 이랑 위를
가로질러
꿈결이듯
훨훨
날고 있었는지 몰라.
< 손광세 대표 동시 8 >
바람이 몰래 교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목련 꽃잎이 건반처럼 눈부신 4월 오후…….
달력을 넘겨보고, 풍금 위의 악보를 들추어보고, 대롱대 롱 거미줄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 ……. 한참 재롱을 부리 던 바람은 결석한 아이의 의자를 찾아 앉았습니다. 꽤나 노곤했나 봅니다.
선생님께선 공책 검사를 하고 계셨습니다.차례가 가까워지자 바람은 슬그머니 일어섰습니다. 그러고는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때, 나는 보았습니다. 창틀에서 힐끔 뒤돌아보던, 사과처럼 새빨개진 바람의 얼굴을…….
투욱, 목련 꽃잎 하나가 발자국이듯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바람은 뒷산을 치닫고 있었습니다. 신나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습니다.
< 손광세 대표 동시 9 >
친구랑 손가락 건
약속은 없어도,
토요일이면
왠지 즐거워진다.
휘파람 날리며
교문을 나서면
음악처럼 반짝이는
포플러 잎새들.
뭉게구름 걸려 있는
산허리쯤이나
물소리 하이얀
징검다리쯤에서
꼭 무슨 신나는 일이 .
기다려 줄 것만 같아,
발걸음이 깃털마냥
가벼워진다.
< 손광세 대표 동시 10 >
경상남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갈라진 손바닥.
누가
돋보기로 쬐는지
벼 포기에
활활
불이 붙고 있다.
< 손광세 대표 동시 11 >
앞산 허리에
야트막한 산길이 걸려 있다.
뻐꾸기 소리에
하얀 산찔레꽃이 피고
아무도 넘는 이 없는
6월 산길.
눈으로 타박타박
산고개를 넘으면
미루나무 짙은 그늘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나를 만난다.
아, 언제던가
엄마한테 야단 맞고
눈물 뿌리며 앞서 간
나.
가만히
어깨를 쓸어 주고 싶은
나를 만난다.
< 손광세 대표 동시 12 >
8월이
빠져 나간
원고지 그물에
작은
사마귀점 하나
걸려 있다.
동해 바다
푸른 파도 소릴
등지고,
다독다독
모래성을 쌓던
귀여운 소녀.
주고받던
이야긴
사라져 버리고,
입술 가의
작은
사마귀 점 하나.
은비늘로
은비늘로
반짝이고 있다.
< 손광세 대표 동시 13 >
우리
마을에
하나
둘
불이 켜지면
하늘
마을에도
하나
둘
불이 켜진다.
낮에는
안
보이던
커다란
마을.
놀
지자
하나
둘
별이 켜진다.
< 손광세 대표 동시 14 >
옹달샘에
가라앉은
가을 하늘.
쪽박으로
퍼
마시면
쭉---
입 속으로
들어오는
맑고
푸른
가을 하늘.
< 손광세 대표 동시 15 >
깊숙한 산골
호젓한 숲 속
몰래 숨겨 놓는
동그란 거울.
해님이 씽긋
들여다보고.
달님이 방긋
들여다보고.
< 손광세 대표 동시 16 >
서늘한 가을날
폴폴 내려앉는
저 나뭇잎들 좀 보세요.
나뭇잎들은
작은 날개를
몰래 숨기고 있었어요.
고궁의 호수 위를
동동 헤엄쳐 다니는
저 나뭇잎들 좀 보세요.
나뭇잎들은
귀여운 물갈퀴를
몰래 접고 있었어요.
< 손광세 대표 동시 17 >
임금님이다 !
임금님이다 !
언덕 위의
가을 미루나무.
순금 비늘 반짝이는
왕관을 쓴
통일 신라
임금님이다 !
< 손광세 대표 동시 18 >
오늘도
너는
나를 찾아주었구나.
미루나무
노란 그림자를
밟고
혼자 서 있으면,
"누구게?"
살며시 다가와
눈을 가리고
나직하게
말을 걸어 오는
순이야.
천 리도 더 되는
아득한
거리.
어떻게
그 먼 길을
달려왔는가?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는가?
곱게 물든
미루나무 잎새를
주워
자꾸만 건네주는
순이야!
네가 있어
이 가을이
쓸쓸하지 않구나.
< 손광세 대표 동시 19 >
코스모스가 피면
철둑길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만난 적이 없지만
언제
헤어진 적이 없지만
까닭없이 그리워지는
해맑은 얼굴의
소녀.
차창 밖으로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올 것만 같아
코스모스가 피면
철둑길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꽃 속에 묻혀 있으면
혼자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발꿈치 들고 다가와
눈으로
웃어 줄 것만 같아
햇살이
가늘어지면
코스모스가 피면
바람 부는
철둑길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 손광세 대표 동시 20 >
깊은 가을
오솔길에
나뭇잎
진다.
바스락
바스락
발자국
소리.
혜리가
올 리 없지
호젓한
숲 속.
아닌 줄
알면서도
고개를
돌려 본다.
< 손광세 대표 동시 21 >
양팔을 들고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어요.
참새가 지나가는 길
잠자리가 지나가는 길
바람이 지나가는 길
우리는 보지 못하는
길목을 지키고
서서
딸랑딸랑
깡통을 흔들고 있었어요.
활을 들고
흰자위 드러낸
허수아비 아저씨 때문에
발꿈치 들고
가을이
조용조용 걷고 있었어요.
노을이
불길처럼 번지는
갈숲 언저리
기러기 떼도
줄을 지어
날고 있었어요.
< 손광세 대표 동시 22 >
비 맞아 떨어진
벚나무 단풍.
책 속에 고이고이
끼워 두었지만
나 몰래 빠져 나간
그 고운 빛깔.
누이야,
저 하늘에
걸려 있구나!
< 손광세 대표 동시 23 >
하늘에 걸려 있는
둥근 손거울.
술래된 숙이 얼굴
들어 있구나.
우물가를 돌아서
짚동 사이로
사뿐사뿐 날 찾아
날아 다녔지.
그 밤처럼 지금도
벌레 우는데
주소도 알 수 없는
그리운 숙아 !
고개 들어 저 달을
바라보아라.
너를 보는 내 얼굴
바라보아라.
< 손광세 대표 동시 24 >
한 땀 두 땀
정성스레 수를 놓는다.
한 잎 두 잎
빨간 꽃잎이 피어난다.
나풀나풀
노란 나비도 태어난다.
창 밖에는
쌩쌩 바람 불어도
손수건 꽃밭에는
봄빛이 넘실댄다.
< 손광세 대표 동시 25 >
눈발이 날리는
교실 창 밖
바위벽을
감싸고 있는
푸른 실핏줄.
팔딱팔딱
맥박이 뛰고 있었구나 !
바위벽이
살아 있었구나 !
< 손광세 대표 동시 26 >
하늘에서
꼬마 병정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펄펄펄펄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꼬마 병정들.
산이고 들판이고
마을이고
하얗게 덮어 버린다.
사람들이 어쩌지 못하는
철조망 위에도
사뿐히 내려앉는다.
와, 눈이 온다 !
함박눈이 온다 !
아이들 환호를 받으며
수천 수만의
꼬마 병정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 손광세 대표 동시 27 >
눈 오는 날이면
학교 앞
문구점에서 만난
카드 속의
소녀가 생각난다.
카드 속의 마을에는
펑펑
함박눈이 내리고
은방울을 울리며
어디론가
마차가 떠나고 있었지.
눈을 굴리다 말고
나를 보고
방긋 웃어 주던
빨간 목도리를 두른
소녀.
누가 사 갔을까?
누구에게 보냈을까?
뒤돌아보면
지금도 마주칠 것만 같은
마알간 눈길.
눈 오는 날이면
마음 속에
포인세티아가 핀다.
< 손광세 대표 동시 28 >
아기가
낚시질을 한다.
뜨게실 끝에
자석 도막을 묶어
"와, 낚았다!"
클립을 낚는다.
"와, 낚았다!"
엄마의
함박웃음을 낚는다.
< 손광세 대표 동시 29 >
키가 작아진
내 동생 크레파스
작아진 키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흙담이 되고
아른아른
흙담 벽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되었을 거예요.
풀잎이 되고
꽃잎이 되고
팔랑팔랑
노랑나비가 되어 날아갔을 거예요.
바다가 되고
닻을 내린 통통배가 되고
그래요,
또,무지개가 되고…….
키가 작아진
내 동생 크레파스
몽당 크레파스.
< 손광세 대표 동시 30 >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으면
한 마리
비둘기가 된다.
비바람을 뚫고
어둠을 가르는
깃이 하얀
비둘기.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제주도로
남태평양의
사모아로
훨훨 날아간다.
그러나
비둘기도
날아가지 못하는
북녘 하늘.
수천만 마리의
비둘기가
겨레의 가슴속에서
파닥거린다.
< 손광세 대표 동시 31 >
찰름찰름
풀벌레 소리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넘쳐흐르는
풀벌레 소리로
몸을 헹구는
수십 마리의 두루미들
깔깔거리고 있었다.
이끼 푸른
바람이 사는
박물관 구석 자리에서
한 모금씩
풀벌레 소리를 나누어주는
옹달샘.
풀벌레 소리는 .
아이들 마음속에도
차 오르고 있었다.
고려의 하늘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 손광세 대표 동시 32 >
아기 좋아,
아기 좋아,
우리 아기
제일 좋아.
엄마 좋아,
엄마 좋아,
우리 엄마
제일 좋아.
< 손광세 대표 동시 33 >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네가 곁에
있으면
힘이 솟는다.
어쩌다
내 이름
불러줄 때면
덩치 큰
곰바위도
뽑을 것 같다.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냥 있어도
네가 곁에
있으면
즐거워진다.
어쩌다
베시시
웃어줄 때면
해묵은
느티나무
넘을 것 같다.
< 손광세 대표 동시 34 >
서쪽 하늘이
봉숭아 꽃물을 들인다.
누나의 손톱보다
더 곱게
봉숭아 꽃물을 들인다.
< 손광세 대표 동시 35 >
빨간 사과 껍질이
널려있다.
드문드문
귤껍질도 섞여있다.
< 손광세 대표 동시 36 >
6월이 오면
생각나는 사진이 있다.
폭격으로 주저앉은 울 밑에서
"엄마!"
"아빠------."
목쉰 소리로 엄마 아빠를 찾는
두어 살 짜리 동생.
"울지 마."
울면 엄마 아빠 안 온다고
동생을 달래는
두어 살 위의 누나.
어찌 되었을까?
"누나, 나 안 운다."
고사리 주먹으로 눈물 쓰윽 닦고
베시시 웃어 보였을까?
"그래. 참 착하지."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동생의 등을
토닥이고 있었을까?
그리곤
또 어떻게 되었을까?
눈물 자국 매단 채
누나 품에 안겨
동생은 잠이 들고
눈물 자국 닦아내다
"엄마!"
"아빠------!"
누나도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을까?
울다가울다가
잠이 들었을까?
꽃잠이 들었을까?
어둠이 내려와
포근히 감싸주었을까?
6월이 오면
전시회장에서 본
사진 속
두 여자 아이의 얼굴이
박꽃으로 핀다.
< 손광세 대표 동시 37 >
가을 바람에
태극기가
펄럭거린다.
잠실벌
올림픽 경기장의
의젓한 태극기.
여러 나라 깃발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턱짓을 한다.
"저기가
남산타워야.
저기가 63빌딩이고------."
"어디?"
"어디?"
태극기가
가리키는 쪽으로
모두들
고개를 돌린다.
"저기 좀 봐!
저기가
국립묘지야."
태극기가
잠시
고개를 숙인다.
모두들
덩달아
묵념을 한다.
< 손광세 대표 동시 38 >
소년의 집
창밖에 달이 떠있다.
내 딸아!
오늘은, 또
얼마나 엄마를 기다렸니?
얼마나
엄마를 원망하다 잠이 들었니?
"엄마 말씀 잘 들을게요.
엄마랑 살고 싶어요."
헤어지던 날
너는 두 손을 비비며 매달렸지.
우리가
왜 헤어지지 않으면 안 되는지
이야기하고
엄마가 없어도
꿋꿋이 살아가야 한다고
타이르자,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끄덕이던
착하기만 한 내 딸아!
울타리 안으로 들여보내 놓고
자꾸만 뒤돌아보던, 너를
숨어서 지켜보며,
엄마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단다.
감기 들지는 않았는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죽여 엄마를 찾지는 않는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네 곁을 찾아오는 엄마를 아니?
달은
소년의 집
창밖에 떠있는 달은
엄마란다.
방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창가에서 서성이다 돌아가는
엄마의 마음이란다.
< 손광세 대표 동시 39 >
농아학교 울타리에
아이 둘,
나뭇잎처럼
손을 흔들고 있다.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었어."
아무리
귀 기울여도
엿들을 수 없는
이야기
여린
손끝으로
빚어내고 있다.
글썽이는
눈으로 듣고 있다.
< 손광세 대표 동시 40 >
이슬이 앉으면
이슬만큼의 힘으로
버틴다.
구름이 앉으면
구름만큼의 힘으로
버틴다.
소낙비가 퍼부어도
꿈쩍 않는
바지랑대.
잠자리 한 마리
날지 않는
오월 한낮
빨랫줄에 내려앉는
바다 만한
외로움
간신히
간신히
버티고 있다.
< 손광세 대표 동시 41>
유채꽃에 묻혀
자불자불 조는
돌하르방.
조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텁석부리
석수장이 아저씨가
빚어낸
목숨.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쓰윽 입술을 닦던
마음씨 좋은
석수장이 아저씨의
너털웃음을 생각한다.
돌을 쪼는
아버지 곁에서
턱을 괴고 있던
어린 딸을 생각한다.
쩡쩡쩡쩡!
정 끝에서 떨어져 나간
살점.
섬 언저리에
널려있을
모래알을 생각한다.
높아졌다 낮아졌다
파도소리가
외로움을 달래준다.
< 손광세 대표 동시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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