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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로 쓴 전국 문인초청 전남기행 / 박성배

남승원(외향) 2011. 10. 4. 01:47

시로 쓴 전국 문인초청 전남기행  / 박성배

 

 

1. 벗과 함께 가는 길

 

운전하는 이광연 시인

그 옆에 남승원 시인

뒷좌석에 지애주 시인과 나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서울을 빠져 나간다

 

내 고향 무안 자랑

내가 자란 목포 안내

학창시절 배 타고 갔던

해남에서의 추억 풀어내며

 

"대단하다, 대단해."

전국 문인 초청 전남기행을

5회째 연 전남문협의

저력에 감탄하다 보니

 

그 먼길이

이야기 속에 돌돌 말렸나

금방 해남이다

목포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펜팔 처녀 만나러 처음 왔던 곳

그리움이 날 와락 덮친다.

 

2. 오! 자네 왔능가

 

우수영 유스호텔 마당에 들어서자

손님 오나 서성이는

이성관 회장

바람처럼 서로 엉켜

인사하고 사진도 찍고

 

호텔에 들어서니

오메 반가운 얼굴들

몇 해 전 타계하신 김시라 시인의

< 오~ /자네 왔능가!/ 이 무정한 사람아

그래./청풍(淸風)에 날려 왔나/현학(玄鶴)을 타고 왔나

자네/묵(墨)이나 갈게

난/자우차(慈雨茶)끓임새>

 

이 시(詩)가 갑자기 떠오르는 걸까?

반가움과 안부와 정겨움을 빚은 환(丸) 같은

"오, 자네 왔능가?"

 

고향 마을 어귀에 내리는 햇살처럼

우리 마음에 내리는

"오, 자네 왔능가?"

 

3. 연지분통 안사중께 당신이 싫어요

 

식전 행사로 펼쳐진 시낭송과 노래

마음을 휘어잡는 진도아리랑,

"싫어요 싫어요 당신이 싫어

연지분통 안사중께 당신이 싫어"

만든 가사 따라 부르는데

‘싫어’가 ‘좋아’의 뜻으로 와 닿는다.

 

손광은 시인의 ‘孤山과  永郞詩의 향토성 검출’

이지엽 시조시인의 ‘현대시의 리듬과 공간미학’

머리를 끄덕이며 빠져들다보니

머리를 채웠으니 배도 채우란다.

선물 하나씩 받아들고 식당에 줄 서서도

"연지분통 안사중께 당신이 싫어."

우린 서로 좋아, 마주 웃으며 불러댄다.

 

‘문학인의 밤’은 추억을 만드는 밤

김영승 시인의 구수한 사회로

노래하고 시 낭송하다사 흥에 겨워 덩실덩실

내가 자란 목포 산정동에서 오신

김학래 선생님 곁에 앉으니 사랑방에 온 기분,

나를 더 부추기는 것은 인심 좋게 풍부한 홍이려니

눈치코치 볼 새 없다, 젖가락이 바쁘다.

"싫어요, 싫어요 당신이 싫어

삭힌 홍어 안사중께 당신이 싫어.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

좋고 좋아, 무지하게 좋아서

싫다고 몸 꼬는 은근한 아리랑이여!

 

4.바다가 운다

 

잠인들 올손가

울돌목이 저기인데

늦은 밤 박종현, 지애주, 이광연, 남승원 함께

진도대교에 올라섰다.

 

우우 돌진하는 바닷물이여

바다가 운다지만 함성이로다.

‘명량대첩(鳴梁大捷)’은 세계 전사(戰史)의 환타지,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과 맞서 31척을 수장한

충무공 님이시여,

"요놈들아!"

일행이 깜짝 놀랄 정도로 목청껏

아직도 독도를 탐하는 근성을 질타하는데

저 멀리 우뚝선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돌격 앞으로!" 손을 번쩍 들고 있다.

 

아침에 짬을 내어 녹진 전망대에 오르자

몸을 날릴 것 같은 바람이

세파를 씻기려는 듯 몸에 감긴다.

 

바람 소리로 날아오르는가

울돌목의 물 흐르는 소리여

바다가 운다지만

함성이로다.

 

5.‘다섯’ 밖에서 서성이다

 

해남 우항리 공룡화석 자연석 유적지

서계 최초로 익룡, 공룡, 새 발자국이 발견된 곳

보다가 보다가 다 못보고

다음에 또 오자, 공룡 발자국 옆에

내 발자국 남기고 돌아선다.

 

" 사람이 살면 몇 백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란가 둥글둥글 사세"

동백 숲을 지나지나 대흥사를 오가며

내 마음엔 왜일까

‘서편제’ 가락이 흐르는 것은.

 

덕음산의 품에 안긴

‘녹우당’에 들어서니

고산님의 목소리 녹우(綠雨)처럼 내린다.

 

<내 버디 몃치나 하니 水石(수석)과 松竹(송죽)이라

東山(동산)의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삿 밧긔 또 더하야 머엇하리>

 

못 믿을 손 사람이라선가

그 벗 중에 ‘사람’ 하나 끼어주지 못한

님의 심사(深思) 녹우당 그늘로 드리웠는데

‘다섯’ 밖에서 따돌림받고 서성이다

계면쩍어 돌아선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재워주고 먹여주고 선물도 주고

받아도 부담 없는 건 남도의 인심이라

바람 심하게 부는 공터에 모여

지역별로 인사말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는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집을 들어가 본들 반겨아니 맞으리>

 

문득 이 시가 떠오른다.

이성관 회장님을 비롯하여

전남문인협회 회원님들

등이라도 치고지고

사람 냄새 물씬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째 시 쓸까

언제 또 본당가

그렁께 말일세

 

사투리 보자기에 정겨움 싸서 오르는 길에

유영래 작가 먼길하여 전복 선물 들려주네.

목포에 들러 세발낙지 그냥 갈순 없잖은가

이왕 왔으니 함평 나비축제는 덤일세

이광연 시인 고향이 거기라 인심 자란 밭에서

상추 한 보따리씩 얻어들고,

 

서울가도 그렇게 살고파라

등이라도 치고지고

등이라도 치고지고.

 

 

 

출처 : 노원문인협회
글쓴이 : 지애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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