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자작시

어머니

남승원(외향) 2020. 6. 11. 22:25

1.어머니

 

 

남 승 원

 

아득히 지났어도 오늘은 그날같이 아파오는 날입니다

어머니는 나 어린 나이에 시집 와 내려놓기 쉽지 않았을 터인데

남일 하고 남는 음식 싸들고 와 남편과 자식들 입에 넣어주며

곯은 배 끌어안고 들이킨 물이 얼마인지요.

 

매 끼니 걱정에 하루 벌어 하루살이 이틀 일당 톡 털어 밀가루 한 포대

콩나물 한 봉지에 뿌듯해 하시던 어머니

 

남자도 하기 힘든 공사장 등짐과 허드렛일

자투리 시간엔 건물 화장실 청소 파김치 되어 돌아오는 그 길

어머니에겐 유난히 더 춥고 서글픈 겨울 이었을 터인데

그렇게 매섭고 추운 겨울도 어린 삼 남매가 재산이고 자랑이셨습니다.

 

울다 잠든 얼룩얼룩한 막내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부뚜막 위에 앉은 커다란 솥에서 한 바가지씩 퍼 올리십니다.

큰놈부터 차례대로 씻기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막내를 닦아주며 기약 없는 날들을 막연히 기다리시던 어머니

 

피곤해 지쳐 잠든 당신의 거친 손마디에서

타들어가는 수심[愁心]을 보았습니다. 그때는 그저 당신처럼 안 살겠다.

수없이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다 풀지 못한 고뇌의 흔적이

늘어나는 약봉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걸 왜 몰랐을까요.

우리가 아빠가, 엄마가 되고서야 어렴풋이 알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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